서울의대 서울대병원 이승미저는 저희 교실의 교수님들께서 배려해주신 덕분에, 지난 2020년 4월부터 2021년 2월까지 펜실베니아 대학의 의과대학인 The Perelman School of Medicine으로 연수를 다녀왔습니다. 펜실베니아 대학은 미국 펜실베니아 주 내의 필라델피아에 위치하고 있는 사립대학교로 미국 동부 8개 명문 사립대학인 아이비리그에 속하고, 흔히 Penn (펜) 또는 UPenn (유펜) 으로 불리는 곳입니다. 이 대학 중 의과대학은 미국 의과 대학 중 TOP 3로 선정되었다고 합니다.
연수 주제를 정하면서 고민이 많았는데 Genetics 에 대한 연구를 할 수 있는 곳으로 알아보다가 같은 의과 대학 교수님의 소개로 이 곳의 Department of Biostatistics, Epidemiology & Informatics 로 연수를 가게 되었습니다. Genetics 자체가 제가 평소에 잘 알던 분야가 아니어서 그 학문 자체가 생소한 곳인데다가 언어의 장벽까지 넘어야 하면, 이 분야에 대해 잘 습득하고 오기가 쉽지 않겠다는 고민이 많았는데 다행히 이 곳에 한국 교수님인 김도균 교수님께서 계셔서 그곳에서 Bioinformatics/ genetics 분야에 대해 잘 배우고 올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.
Upenn 은 처음에 연수 준비를 시작할 때부터 쉽지가 않았습니다. 우선 적절한 영어 회화 실력을 객관적으로 증명해야 visiting faculty 로 갈 수 있어서 오랜 만에 영어 공부를 다시 해야 했습니다. 영어 회화 시험으로 잘 알려진 OPIc 시험 기준으로는 Intermediate High 이상 grade 를 받아야 visiting faculty 서류를 접수할 수 있어, 오랜 만에 각종 영어 문장을 외우면서 한 달 넘게 시험을 준비를 했던 지금은 추억이지만, 그 때는 참 어려웠던 시간이었습니다. 그리고 Bioinformatics 분야에 대해 정말 하나도 모르는 MD 교수를 받는 것이 걱정이 되셨던 김도균 교수님께서 연수 오기 전에 정보의학 인증의 교육 과정을 수료하고 오면 좋겠다고 의견을 주셔서 2019년에 총 28주 동안 매주 토요일 15:00-21:00 시간 동안 수업을 들었습니다. 토요일 오전 외래가 끝나고 간단히 식사를 하고 매주 여기 강의를 듣는 것도 육체적으로도 피곤하지만 강의 내용들이 R 통계, python 프로그래밍 등에 대한 것이라 강의의 내용도 아주 어려운, 수료하기 쉽지 않은 코스였습니다. 매주 수업 후에 선생님께서 내주신 통계/프로그래밍 숙제를 하는 것도 만만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. 그 과정들을 다 거치고 3월에 연수를 가니, 도착하자 마자 코로나가 미국에서 급속히 확산되어 도착한 후 2-3일 후에 모든 공공기관이 문을 닫는 Lock down 이 시작되었습니다. 그래서 미국에서 social security number(SSN)를 받고 이후 운전면허카드를 발급받고 차를 구입할 수 있기까지 총 4개월이 걸렸습니다. 아이의 중학교 등록도 처음에 안되어 아이도 약 4주 후에 현지 학교 학생으로 등록이 되는 등 초반에는 Pandemic 때문에 참 곤란한 일을 많이 겪었습니다.
이런 우여곡절 끝에 간 연수지는 결론적으로는 아주 좋은 곳이었습니다. Department of Biostatistics, Epidemiology & Informatics 가 미국에서도 아주 인기가 많은 곳이어서 훌륭한 연구원들이 많이 있었고 각종 최신 연구들을 수행하고 있었습니다. 덕분에 기계 학습이나 빅데이터를 이용한 연구 방법들에 대해 잘 배우고 올 수 있었습니다. 거기서도 한참 각종 프로그램 코딩과 한참 씨름하고 온 덕분에, 이제 거기 박사님께서 작업하신 코딩을 보면서 ‘이 부분 코딩은 좀 이상해서 이렇게 변경해야 할 것 같은데요.’ 라는 의견을 낼 수 있는 수준이 되어 개인적으로는 연수의 목적을 어느 정도 성취한 것 같아 보람이 있습니다. 의학적 견지에서 통계 프로그래밍을 다룰 수 있다는 것이 앞으로 이 분야의 연구를 할 때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.
Lock down 덕분에 저도 집에서 원격으로 근무하고 아이도 원격으로 수업을 들어, 아이들과 처음 몇 달 간은 계속 집에서 24시간을 같이 보내게 되었는데 이 또한 앞으로 절대 다시 해볼 수 없는 좋은 추억이 된 것 같습니다. 덕분에 사춘기인 첫째 아이와 사이가 돈독해지고 아직 어린 둘째 아이도 엄마를 더 잘 따르게 된, 저에게는 아주 소중한 1년이었던 것 같습니다. 당시 살던 아파트에 한국에서 오신 교수님들도 꽤 있어 미국에서 한국형 회식을 1달에 1-2번씩 하였는데 그 또한 재미있는 추억이 되었습니다.
코로나로 아쉬운 점도 많았지만 나름 장점도 꽤 있었던 의미 있는 연수기간을 제가 잘 보낼 수 있도록 도와주신 모체태아의학회 내 여러 선생님들께도 깊은 감사 드립니다.
[그림] 연구실에서 화상회의로 회의하는 모습